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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등학교 교사 자살 사건, 그리고 교권

세독1984 2023. 7. 28. 19:59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2023년 7월 20일에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2년차)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 정확한 경위는 경찰 조사 중이지만 현재 돌아다니는 소식들을 종합해볼 때, 학부모의 갑질, 악성민원, 업무 스트레스 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게 아니라면 학교에서 자살할 이유가 없기도 하고.

 

24일 경찰은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학부모를 처음으로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유가족들을 설득하여 사망한 교사의 휴대폰 포렌식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서이초 '갑질 의혹' 학부모 첫 조사…숨진 교사 휴대폰 포렌식 - 뉴스1 (news1.kr))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 사건에 대해 "아픈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 구성원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서초구 초교 극단 선택 교사 명복 빌어, 사인 파악 아직 - 매일신문 (imaeil.com)].

 

이 사건은 악성민원과 학생인권의 보호에 비해 부족한 교사 인권의 문제를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사례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초등교사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왜 심각한가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좀 더 기다려 봐야 정확한 내용이 나올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기사, 이야기들을 참고해볼 때 학부모의 악성민원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교사의 인권과 가르칠 수 있는 권리인 교권은 다르다고 보지만 보통 ‘교권’이라는 말로 통합하여 쓰므로 이 글에서도 그렇게 쓰고자 한다. 교권침해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다. 학생의 기본권 중 하나가 교육권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교권침해는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여하튼 교권 침해가 일상화 되면 당연히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능력있고 열정 있는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결과로 초래한다. 실제로 요즘 교직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교사들 사이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이 문제는 심각하다.

 

2021년에 발생한 교권침해 사례 중에서 모욕·명예훼손이 57.6%(1215건)로 가장 많았으며, 상해폭행이 10.9%(229건),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 9.7%(205건)로 그 뒤를 이었다[늘어나는 교권 침해 속에서 교원을 지켜줄, '교육활동 보호 대책' (moe.go.kr)]. 이 정도면 교권 침해라기보다는 교사의 인권, 노동권이 무시당했다고 봐야 맞다.

 

교권침해는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고 교사의 열정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 볼 수 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 사건을 통해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민원이 드러나자 사람들이 경악하고 있다. 민주시민을 키우는 공교육의 핵심인 학교를 구성하는 3주체 중 하나가 다른 주체에 의해 무시당하는 현실은 곧 공교육 붕괴를 초래한다. 이 문제는 그래서 심각한 것이다.

 

학부모들의 악성민원이 도대체 어떻길래

전국초등교사노조가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교사들 중 99%가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교권 침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지목하였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무릎 꿇어라" "결혼은 방학 중에 하라" 등의 황당하면서도 인권을 침해하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경우가 있었다. 또한 학생이 교사에게 "나랏돈 처먹고 뭐하세요"라는 폭언을 한 사례도 보고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를 존중하지 않고 교사의 권리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의 상식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아동학대 혐의를 무기로 삼는다는 데 있다. 다음 기사[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노래 목록 주세요' 점점 거세지는 학부모 요구 < 이슈 < 뉴스 < 기사본문 - 비원뉴스 (be1news.co.kr)]를 보면 학부모가 교사에게 교실에서 트는 노래 리스트를 달라고 해서 이를 가사와 함께 온라인 단톡방에 올려 비교육적인 부분을 지적하며 아동학대 신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물론 담임교사의 학급운영에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그건 학부모의 권리가 맞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앞으로 교사들은 교육과정 문서에 있는 것 이외의 내용을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사건 이후 초등교사 집단을 중심으로 여론이 불타올랐다. 특히 교권침해의 심각성을 재조명하게 되었는데 드러난 사례의 일부만 보더라도 매우 비상식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상식 있는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교사들의 권한이 축소되고 교실에서 제멋대로 구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이야기되어 왔다. 그러나 큰 이슈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저냥 넘어갔는데 이번에 학교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도화선에 불이 붙는 모양새가 되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10년 전에는 교사에 의한 인권침해가 주로 이야기되었다면 최근에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역할과 존재감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교권침해가 주로 이야기 되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이 그러하니 당연히 정치권도 반응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법, 아동복지법, 교권보호위원회 등 이 문제를 둘러싼 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사실 이 문제는 이미 오래된 문제다. 2012년에 이미 교육부는 교권 보호 종합 대책 마련한 바 있다. [교권보호 종합대책 - 부처 브리핑 | 브리핑룸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korea.kr)] 그러나 아동학대법이 남용되는 현실에서 제대로된 처벌보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의 대책만 내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이번 사건 이후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법 개정 외의 방법으로는 이미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향후 국회에서 어떻게 법을 개정할지 지켜봐야 할 문제다.

 

외국은 어떠한가

미국의 경우 주와 교육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위스콘신 주의 경우는 교사의 교권이 침해당하면 교사단체가 교사와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교사단체는 교권침해 사건 발생 시 즉시 법원에 교사 보호를 위해 가해자로부터 임시 접근 금지 명령을 요구한다. 법원에서는 대부분 접근 금지 명령을 허락하고 있으며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가해 학생은 교사로부터 15m 이상 접근하면 안 된다. 가해 사실이 인정될 경우 가해 학생은 전학 조치되며, 교사단체는 교권보호를 위해 관련 사건을 교육구와 관할 경찰서에 보고하는 등 교권보호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교권이 법률적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법적으로 금지된 체벌을 제외한 각종 근신, 압수, 정학, 퇴학 수준의 훈육적 처벌 권한이 교사 및 학교장 수준에서 보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사의 지도권 근거가 거의 없다)

 

일본의 경우 학교의 질서를 유지하고 학생들의 의무교육을 보장하기 위해 심각하게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의 경우 출석정지를 명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교원의 책무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메뉴얼이 정리되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번 안타까운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에 충격에 빠지고 학교의 현실에 개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향후 국회의 입법활동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별개로 사견으로 오늘날 교권이 붕괴된 것은 교사의 전문성을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기사 정부부터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지 파트너로 삼은 적이 있던가. 거기에 비상식적인 갑질을 일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럼에도 제대로 된 법적 대응이 어렵게 된 공동체적 상식이 붕괴한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교권이든 학생인권이든 권리를 논하기 전에 학교란 무엇이며 과연 어떠해야는지에 대해 사회공동체가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권리만 논하게 되면 결국 법적 해결책 외에는 답이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