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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

세독1984 2023. 6. 21. 09:57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 싸고 시끄럽습니다. 한국에서도 가장 답이 없고 전문가는 많은 입시 분야에 대한 발언인데 워딩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

 

이 발언은 교육계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당장 민주당은 총공세에 들어갔고 교육부와 국민의힘당은 방어하는 데 급급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교육이 정치와 분리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이건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정치와 분리된 순수한 영역이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법이죠. 국가 자원 분배와 상관이 없던가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싸고 벌이는 논쟁은 소모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1차 책임자는 경솔하게 말한 대통령 본인이긴 합니다. 다만 공론장에서 대통령이 잘 했네 어쩌네 하는 것보다는 좀 더 건설적인 논쟁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수능의 본질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수능은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시험입니다. 좀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하자면 좋은 대학(이른바 명문대)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잘 봐야 되는 시험이고 초등 6년, 중 3년, 고등 3년 학교생활의 대미를 장식하는 관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학생들(정확히 말하면 좋은 대학을 가는 게 목표인)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준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에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죠. 

 

또한 사교육비를 유발시키기도 합니다. 대치동 신화와 같은 밈이 바로 그것이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추진된 것이 조국 일가 문제로 시끄러웠던 수시입니다. 수능은 정시로 불리죠. 수시는 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 전형 등 다양하게 나눠지는 데 정말 복잡합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어지럽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문재인 정부 때 결국 정시 비율을 늘려 40%까지 늘어났습니다. 게다가 수시라고 해서 수능 점수가 아예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수시 역시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는 별로 기여하지 못했습니다. 뭐... 사걱세 같은 단체에서는 물가 상승을 이유로 드는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딱히 수시가 정시보다 사교육비 절감에 효과적인지는 의문입니다. 

수능은 상대평가 시스템입니다. 누가 뭐라 하든 말이죠. 문제 유형이나 스타일은 바뀔 수 있지만 다른 사람보다 잘 하는 게 목표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을 줄 세울 수 있도록 변별력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킬러 문항이 나옵니다. 킬러 문항을 보면 알겠지만 문제가 지저분하죠.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평가하는 게 주 목적이 아니라 줄세우기가 주 목적이니까요. 근데 생각해보면 왜 유독 근래에 와서야 이게 문제가 되는 걸까요? 

 

우리나라 수능 범위는 계속 축소되어 왔습니다. 이에 대학 교수, 특히 이공계 교수들의 반발이 있었죠. 범위가 줄어드니 한정된 내용에서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문제를 꼬아서 내는 킬러 문항이 필수가 됩니다.

 

대통령의 발언은 이에 대한 대응이라 생각됩니다. 말 자체는 옳은 말입니다. 다만 시기가 뜬금 없죠. 게다가 정말 여태까지 수능이 공교육에서 배운 범위를 넘어서서 문제가 나왔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상대평가 시스템입니다. 개인적으로 수능을 어떻게 바꿔서 입시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무위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하니 준 킬러 문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수시든 정시든 중요한 건 사회 전반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대학 입학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열정,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일자리를 책임지는 기업들이 학력 중심의 채용을 벗어나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채용 정책을 개선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조차도 토익 900을 요구하는 데 대학에 목매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수능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면 입시 문제는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회, 문화, 정치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능 문제가 어쩌네 저쩌네가 아니라 왜 수능에 목매는지, 왜 우리 사회가 시험 점수에 이렇게 민감한지부터 다시 돌아보는 것이 논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당장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 단체가 마이크를 잡는 것 역시 배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모든 책임을 다 남에게 전가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