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사춘기
대구 퀴어 페스티벌에서 일어난 충돌을 보면 본문
최근 관심을 갖게 만드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대구에서 일어난 지자체 공무원들과 경찰의 충돌이 바로 그것이죠. 이 충돌의 배경에는 퀴어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대구시 "막아라" vs 경찰 "뚫어라"…난장판 속에 열린 퀴어축제 | 연합뉴스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윤관식 박세진 기자 =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경찰과 행정 당국이 이례적으로 정면 충돌하는 아수라장 속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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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퀴어 페스티벌이 서울에서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한국 보수의 핵심이라는 대구에서도 열린다고 하니 정말 흥미롭긴 합니다. 대구 퀴어 페스티벌은 올해로 15회라고 합니다. 2009년부터 개최된 모양인데 이전에도 계속 갈등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불거졌듯이 주로 퀴어 페스티벌 주최자들(참가자들), 대구시 지방정부, 그리고 상인들과 기독교 세력들이 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분법이 좋은 건 아니지만 상황을 단순하게 볼 수 있으니 한 번 나눠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퀴어 페스티벌 관련자, 경찰 vs 대구광역시 지방정부, 상인, 기독교 세력
이번 충돌은 유명 정치인인 현 대구광역시장 홍준표 씨가 가세하면서 이슈화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합니다. 지금까지 본 댓글로는 퀴어 축제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차별 금지와 표현의 자유를 고려했을 때 이 축제를 무조건 막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입니다.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일단 각자의 입장과 경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방정부의 수장인 홍준표 시장은 좀 더 중립적인 위치에서 말을 해야 하겠습니다. 일단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안 된다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인터넷 댓글들도 퀴어 축제를 꼭 해야만 하는 거냐는 이야기지 동성애자에 대한 공격(어떤 이들이 보기에는 퀴어 축제에 대한 반대 자체가 공격으로 비칠 수 있긴 하겠습니다만)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의 정서를 고려해볼 때 "퀴어 축제"만 놓고 이야기한다면 각자의 입장을 조율하고 타협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퀴어 페스티벌 상인들 입장에서 퀴어 축제가 방해가 된다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또한 냉정하게 말해서 퀴어 페스티벌이 퀴어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보다는 퀴어 커뮤니티 내부만의 축제로 그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15회나 했는데 아직도 이런 갈등이 있는 것을 마냥 사람들의 의식 부족으로 치부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퀴어 축제를 무조건 금지시키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차별금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권리가 동성애자들에게 예외가 될 수는 없겠죠. 그리고 모든 표현의 자유와 집회는 다른 시민들의 불편을 전제로 보장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 불편이 어느정도까지냐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죠. 일단 한국 법원은 감수할만한 수준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요즘 혐오라는 딱지를 붙이며 제한이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인정됩니다. 그러므로 집회(축제)의 규모와 영향력에 따라 관리와 규제는 필요하지만, 축제 자체를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결론을 낼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 표현의 자유에 대한 다른 시민의 표현 역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퀴어 축제에 대한 비판을 혐오로 규정하고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상호간의 대화와 이해를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동성애 차별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오로지 법에만 근거하여 사람들과 대화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상을 관철할 수 있다고 믿진 않길 바랍니다.
솔직히 말해서 현재 한국 공론장을 봤을 때 사회적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이해와 대화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그 골이 꽤 깊어진 상황이어서 상식에 기반한 이해와 대화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각 진영에서 극단적인 사람들이 마이크를 독점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이런 생각은 더더욱 굳혀 집니다.
일단 대화의 장부터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지방정부의 책무입니다. 그런 점에서 홍준표 시장의 입장은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물론 시장으로서 지역 상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노력해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과연 경찰과 대립해가면서 이를 관철해야는가, 그게 지방정부 수장의 역할인가에 대해서는 글쎄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갈등 속에서 퀴어 페스티벌은 단순한 축제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슈에 관련되어 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에 입각하여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타협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또한 오늘날의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사회적 다양성과 포용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에게 열린 마음과 이해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